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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스테이션(Energy Station) 01 : Future in History

2017.10.20. ~ 2017.10.29. by Kwon Chulhwa

 

대전광역시의 독보적인 근대 건축물인 옛 충남도청사에서 개최되는 이번 그룹전시 《에너지 스테이션 01》은 CNCITY 에너지 (충남도시가스)의 첫 번째 메세나 프로젝트로, 아티스트의 실험적인 창작 활동을 지원 하고 지역 청년들의 문화-예술 향유를 위해 기획되었다.

 

이번 전시를 통해 현재 주목 받는 동시대 작가 '스튜디오 콘크리트'의 권철화와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출신의 미디어 아티스트 김형중은 '미래의 에너지'를 주제로 협업한 신작 〈Enigma〉를 발표하였다. 또한 더불어 그들의 창작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상과 텍스트를 함께 전시하여 작품의 이해도를 높였다.

 

'평면 작업'에서 시작하여 '공공미술'과 '설치 작업'까지 그 영역을 확장한 권철화의 작품의 폭은 〈Enigma〉 협업을 통해 한층 더욱 성숙해졌으며, 그의 한계를 또다시 넘어서는 계기가 될 것이다.

 

스튜디오 콘크리트

 

‘에니그마에 대하여'

 

로마 시대의 재상 가이우스 클리니우스 마에케나스는 시인 베르길리우스와 호라티우스가 작품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재정적으로 지원했다. 그의 이름에서 유래한 '메세나'란 용어는 문화예술에 대하 지원을 뜻하며, 오늘날 기업에서 문화예술, 스포츠 등에 대한 후원에 사용되고 있다. 특정한 문화예술 장르 혹은 예술가에 대한 지원은 단순히 개인에 대한 후원이라는 의미를 넘어서 개인 혹은 기업이 공동체에 기여한 다는 의미를 갖는다. 국내에서도 손열음, 강주미, 김선욱 등의 신진음악가를 오래 지원해온 금호아시아나 ,레지던시 사업을 통해 작가를 지원해온 파라다이스 문화재단 등 여러 기업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메세나 활동을 펼쳐왔다. 대기업 뿐 아니라 중소기업 및 공기업등에서도 점차 사회공헌 및 기여를 위한 메세나 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CNCITY에너지 첫 번째 메세나 사업으로 진행된 《에너지 스테이션(Energy Station) 01》 의 전시는 권철화와 김형중 두 작가의 협업으로 제작된 신작, 다큐멘터리 필름, 그리고 과정을 기록한 도록으로 구성된다. 작품 제작은 권철화와 김형중 두 작가의 협업으로 완성되었다. 현대미술에서 협업을 통해 작품을 제작하는 방식이 점점 보편화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함께 수학했거나 개인적으로 친밀한 사이인 경우가 많다. 반면 권철화와 김형중은 원래부터 알던 사이는 아니며 이번 전시를 계기로 만나 서로의 작품에 대해 얘기를 나누면서 협업을 처음 시도했다. 먼저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을 졸업한 김형중은 대학에서 영상과 철학을 전공하였고, 충남문화산업진흥원의 후원으로 세계적인 미디어아트센터인 오스트리아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레지던시를 다녀온 미디어아트 전문가로 현재 대전문화재단에서 주관하는 아티언스 (Art+Science를 합성하여 만든 이름의 프로그램으로 예술작가를 대덕연구단지의 주요 연구소에 체재하고 기술지원을 받도록 후원하는 프로그램)로 한국기계연구원에서 작업 중이다. 2015년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에서 한국의 사물놀이 장단을 전자음악과 결합하여 관객의 목소리에 따라 영상이 변화하도록 만든 인터랙티브 작품 〈Jangdna〉을 발표해 호평을 받았다. 권철화는 대학에서 패션디자인을 전공했으며 모델로도 활동했던 한편 패션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을 하는 등 다재다능한 크리에이터이다. 그는 '스튜디오 콘크리트' 라는 크리에이터 그룹을 통해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다. 서로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두 작가의 공통점은 아마도 예술가로서 특정한 기준에 맞추기보다 관심이 가는 대로 자연스럽게 삶의 방향을 흐르게 둔다는 점일 것이다. 빅 데이터를 활용한 데이터 비주얼라이제이션이나 여러 분야의 크리에이터들과 함께 하는 권위를 내려 놓은 작가의 작업 모두 미술계 내부의 언어로 미술계 내부에서 소통하려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삶을 파격적으로 변화시켜가는 미디어 테크놀로지로 인한 변화에 대해 예민하고 관심을 갖고 있으며, 어깨에 힘을 빼고 창작의 즐거움과 마음 맞는 동료들과 함께 하는 경험에 집중하고 있다. 낯선 두 사람이 서로를 존중하면서 작업을 완성시켜나갈 수 있었던 것은 두 사람 모두 '함께 만드는' 일의 의미를 잘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두 작가는 후원 기업 CNCITY에너지에서 제시한 '미래의 에너지'라는 키워드에서 에너지처럼 흐르는 유동적인 개념인 '가상화폐'에 관심을 쏟았다. 실시간으로 제공되는 데이터에서 가상화폐가 거래될 때마다 변동되는 흐름을 시각화하였다. 세로로 길게 설치된 두 대의 대형 모니터에서 실시간으로 가상화폐의 흐름이 시각화된다. 한편 사람의 신체에서 혈관을 통해 피가 흐르듯, 화폐가 거래될 때마다 빛이 반짝 거리며 사운드가 울린다. 에너지가 흘러 동력이 되고 산업이 살아 움직이듯, 가상화폐가 흐르면 가상의 세계 속에서 생기가 흐른다. 그 윗부분에는 한쪽으로 뒤틀어진 형태의 두상이 놓여 있는데, 이는 작가가 담당한 부분이다.

 

작품이 전시되는 옛 충남도청사의 로비는 미술전문갤러리나 미술관처럼 익숙한 전시 공간이 아닌 공공장소이다. 예술 작품을 보러 오기 위해 온 사람들이 아닌 일반인들이 주된 관객이 되는 만큼, 작품에 대한 반응이나 관심도 다를 것이다. 비디오, 디지털, 아트, 퍼포먼스 등 다양한 예술 형식들이 등장했지만 여전히 회화, 조각, 공예 등 전통적인 예술을 '예술'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19세기 말에서 끝나는 예술 교육의 현실 탓이기도 하고, 다양한 형식의 예술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 역시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경험하지 않은 예술을 즐기기는 어려운 법이다. 옛 충남도청사에서 〈Enigma〉를 마주친 관객들도 어쩌면 어색하고 낯설어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낯설고 어색한 느낌, 이게 뭘까 라는 호기심, 그런 감정들을 느낄 수 있다면 두 작가의 실험, 처음으로 예술작품 창작을 지원한 CNCITY에너지의 시도는 의미 있는 것이 될 것이다. 이번 시도가 아니었으면 해보지 못했을 경험을 두 젊은 예술가에게 주었고, 방문객들에게도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돌아볼 작품을 예상치 못한 공간에서 마주할 기회를 제공해준다. 작품의 제목인 〈Enigma〉는 제 1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의 엔지니어인 아르투어 세르비우스(Arthur Scherbius)가 발명한 암호생성기, 바로 평범한 단어들을 조합하여 풀 수 없도록 만든 암호, 즉 수수께끼를 만드는 기계를 뜻한다. 이 두 작가가 만든 작품도 지금 우리의 삶을 둘러싼 정보와 환경 속에서 정보를 조합하여 만들어낸 것이다. 한눈에 바로 뜻을 알아볼 수 없다면 수수께끼를 풀어가듯 풀어나가면 된다.

 

세상에 다양한 예술작품이 존재하는 만큼, 예술작품이 우리에게 주는 경험도 여러 가지이다. 때로는 위로가 되고, 어떤 경우에는 새로운 지식을 준다. 하지만 현대예술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흥미로운 선물 중 하나는 익숙하지 않은 경험, 예상치 못한 각성의 순간이다. 그 순간을 통해 그 순간을 넘어설 때 우리는 새로운 시선으로 세계를 보고 대상을 마주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메세나 사업, 두 작가의 첫 번째 협업, 옛 충남도청사 로비의 첫 예술작품 등 많은 '처음'으로 이루어진 이번 프로젝트의 여정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확실한 건 두 번째는 더 쉽고 즐거워질 것이라는 것, 또 낯선 실험과 도전은 그 자체로도 의미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관객들도, 작가들도, 프로젝트의 모든 실행자들도 이번 작품과 관객이 만나는 만남의 순간, 그 사이에서 일어날 창조적인 오해와 이해의 순간들을 열린 마음으로 즐기기를 기대한다.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이수정

 

주최·주관 CNCITY에너지

후원 대전광역시

기획 펠로우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