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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RT-AEROSPACE : THE OTHER SPACE : 경계의 저편

2016.12.10 ~ 2016.12.31 by Kim Jaehoon, Kwon Chulhwa, Yoon Sunghyun, Casper Kang, Park Siyoung, Sam, Hwang Boungki

 

 

소우주 

 

팽창하는 우주처럼 나의 세계는 그 끝을 모른 채 맹렬히 뻗어나가고 있었다. 미지의 행성은 같은 자리에서 정복되기만을 기다렸고 그 경계 안쪽에서 내가 사유하는 모든 사물과 현상들은 가장 함축적인 단어들로 실체를 가졌다. 나는 그들의 명백한 주인이었다. 

 

단어를 분절하여 자모를 나열하고 각각의 색과 냄새와 형태의 변형을 관찰하고 다시 그것들을 조합하여 다르게 배치하는 놀이를 계속했다. 그것은 의지에 따라 건축이기도 하고 회화이기도 하다. 나는 사물을 그렸고 풍경을 그렸고 내 마음을 그렸고 나의 연인을 그렸으며 때때로 상상이나 간밤의 꿈을 그렸다. 어떤 날은 하얗게 질려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나의 공터는 마천루를 쌓아 올린 도시로, 썩은 목재가 뒹구는 폐허로 변해갔다. 나는 시간의 질서를 지켰고 조화를 잃지 않았으며 때로는 위압적으로 그 미관을 뽐내기도 했다. 

 

내가 사는 것은 사건이기도 하고 현상이기도 하다. 나의 존재는 세계를 이룩했고 그 생은 집 밖으로 들리는 희미한 경적 같은 것이기도 했다. 돌아갈 곳이 없는데 굳이 가야 할 곳도 없고 한 점 먼지에도 의미를 찾는데 다시 보니 그만이기도 하다. 세계는 포화를 이루고 들여다보면 공허함만 가득하다. 욕망은 속도를 늦추지 않았지만 방향을 찾았고 나는 더 노련해졌지만 동시에 뭉툭해져 간다. 할 말이 많은데 하지 않아도 무관하다. 

 

아마도 나는 폐허에 더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 무질서한, 부조화의, 아름답지 않은 폐허. 불필요한 단어가 불필요한 곳에 처박혀 불필요한 음률을 만드는 폐허. 잊혀진 사랑과 이름 모를 사람과 기억나지 않는 숫자와 잃어버린 양말 한쪽이 버려진 단어들과 함께 변질되어 곳곳에 숨어 퀴퀴한 냄새를 풍기며 밤을 기다리다 엉큼한 두꺼비처럼 튀어나와 소음으로 나뒹구는 정복되지 않은 땅. 그것은 내 의지와는 다르게 이루어졌다. 

 

나는 그 폐허 또한 내 세계의 안쪽에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다. 나 또한 그러하다. 거기에서 나의 경계는 가장 팽팽하게 늘어진 상태로 확장을 멈춘다. 그렇다고 내가 멈추는 것은 아니다. 나와 내 세계의 팽창은 그 폐허를 중심으로 전혀 다른 시간과 방향성을 가졌다. 

 

비명을 지르기 전에 생각했다. 나는 이 세계의 명백한 주인이고 가장 신실한 종이기도 하다. 세계가 수축한다.

 

2010. 01. 25

 

STUDIO CONCRETE

Director 엄홍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