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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EDITION

THEY LIVE

2016.9.10 ~ 2016.10.4 by Verythings

 

 

자연을 그리워하지만 도시를 떠날 수 없는 우리와 같은 사람들을 위해 ‘도시 자연’이라는 흥미로운 개념을 전시, 디자인, 콘텐츠, 상업공간, 조경, 브랜딩 등 다양한 형태로 선보이는 베리띵즈(VERYTHINGS)는, 자연의 형태를 하나의 오브제로서 바라보며 우리에게 가까운 자연, 너무 흔해서 의식하지 못했던 자연의 가치에 주목해왔다. 이번 스튜디오 콘크리트와 함께 선보이는 전시 <THEY LIVE : 그들이 산다>는 베리띵즈의 탐미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두 가지 자연의 산물을 통하여, 존재하는 생물들의 삶의 관계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생물과 우리 삶의 모습의 유사성, 생물과 사물의 경계, 나와 타인의 경계, 생물과 아트의 관계 등, 생물을 도심 속의 머티리얼과 모티브로 연결 지어 베리띵즈만의 방식으로 선보인다. 1층 ‘Mushrooming Tower’를 통해서는 버섯을 단순히 식재료가 아닌 다른 생물에 기생 또는 공생하는 존재, 즉 죽은 유기물질에서 자라는 유기체이자 분해자라는 특징에 초점을 두어 도심의 대표 소재인 콘크리트를 통해 우리의 삶의 모습을 형상화하였다. 보통 나무 껍질, 낙엽, 동물의 사체 등 죽은 생물로부터 영양분을 얻는 버섯의 모습은 타인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인간의 모습과 일견 비슷하며, 하나의 개체보다는 그룹을 지어 사는 버섯의 삶과 공동체를 만들고 마을과 도시 그리고 나라 등을 이루어 모여 사는 인간 삶의 형태 사이에서 연결성을 찾을 수 있다. 2층 ‘Vastness : Energy Something’에서는 세상에 존재하는 미학물들의 낭만을 즐기며 예상치 못한 시선으로 아름다운 찰나를 담아내는 포토그래퍼 신선혜와 함께 돌과 광물 오브제를 주제로 하여 그들의 존재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자연에서 산출되는 균질한 결정체인 광물과 자연의 소재 중 가장 견고하고 예로부터 신성한 힘이 내재해 있다고 여겨왔던 돌이 가진 에너지에 공감하고, 그것이 가진 기존의 역할에 질문을 던져 그 이상의 가치를 보여주고자 한다. 또한 소리 예술을 중심으로 자연에 대한 자신만의 영감을 작업해온 김훈의 <회귀 본능>을 통해 그간 기록한 다양한 자연의 순간을 콜라주 형태의 영상작업으로 선보인다. 이번 <THEY LIVE : 그들이 산다> 전시를 통해 자연을 단순한 힐링의 소재로 보는 것에서 나아가, 자연이 가진 각각의 탐미적인 가치와 그것을 바라보고 즐기는 스펙트럼이 확장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그들은 살고 있다. 우리는 살고 있다.

 

VERYTHINGS STUDIO

베리띵즈

 

Concrete’s Letter

“내가 언제 ‘자연 따위’를 이토록 깊숙이 들여다본 적이 있던가.” 자연과 뜨겁게 연애하는 베리띵즈(VERYTHINGS), 자기 자신으로 기꺼이 자연을 표현하는 작가 김훈, 자연물과 인공물의 조화를 매력적으로 담아내는 작가 신선혜를 스튜디오 콘크리트의 프레임으로 세상에 내보이기 몇 달 전. 나는 이런 질문을 통해서 오늘의 전시 <THEY LIVE>를 상상했다. 휴양지의 풍경으로, 집 안에서의 오브제로, 하다못해 소셜미디어에서 뽐내는 또 다른 패션으로 ‘자연을 가졌던’ 나는, 도시 남자 코스프레로 정신없이 14년을 서울에서 살아오며 ‘가면’이라는  ‘의지’ 없이도 완전히 자연스럽게 도시인임을 거들먹거릴 만큼 값비싼 욕망을 성취하고 나서야 처음으로 자연을 다른 눈으로 들여다보게 되었다. 일 년에 한 번씩, 권태로운 연인을 걷어차듯 이사를 즐겨 다니며 나는 더 크고, 더 높고, 더 세련되고, 더욱 새로운 냄새를 풍기는 집들을 가지고 또 버리며 살아왔다. 그리고 2016년 봄. 끝이 보이지 않는 욕망의 어느 단계에서 ‘정원’이라는 한없이 낯선 ‘땅’을 내 집 담장 안에 품기에 이른다. 바람이 솨아- 하고 창밖 정원의 버드나무를 통행하는 소리에 잠을 청하고, 그 소리에 또 깨어나는 삶을 가지게 된 것이다. 어쩌면 그 정도의 소리쯤이야 지나온 내 방 안에서도 수없이 스치며 살아왔는지 모른다. 의미 없거나 성가신 자연의 소리를 비로소 ‘내 집 담장 안’의 것으로 가지고 나서야 나는 그러한 자연의 소리에 허영의 가치를 매겨 귀를 기울이게 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새 집에 대한 설렘을 안은 채 나는 그것이 꽤나 쿨한 유행인 줄로 알고 ‘어번 그린 라이프’ 어쩌고 하는 숍으로 쇼핑을 다녔다. 거기서 나는 나보다 몇 배는 더 뚱뚱하고 천장에 닿아 꺾어질 만큼 키가 큰 자마이카 나무 한 그루를 사다가 거실 한복판에 들여다 놓았다. 나는 남들이 반려견에게 그러는 것처럼 그 뚱뚱한 친구에게 ‘Bob(밥)’이라는 이름도 지어주었다. 물을 주고, 이름을 불러주고, 인사를 나누고, 하염없이 그것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기기도 했다. 가끔은 그것이 내게 먼저 말을 걸기도 했는데, 언제부턴가 밥의 풍성한 잎사귀들 위로 하얀 먼지들이 이상하리만큼 덩어리지어 쌓이기 시작했다. 그맘때쯤 밥을 향한 나의 사랑은 너무 빨리 찾아온 권태기로 성가신 감정이 되어가고 있었다. 한 그루 나무를 의인화하는 ‘동심의 놀이’는 그렇게 슬프지도 않은 익숙한 결말을 준비하고 있었다. ‘밥’에게 쌓인 그것들은 덩어리진 먼지가 아니라 겨울잠을 자다 뿌리에서 기둥을 타고 올라온 ‘흰솜깍지벌레’였다. 그래도 남은 애정으로 ‘그것’에게 약을 치고, 햇빛에 내어다 놓고, 또 들여다 놓고, 세찬 빗줄기에 씻어내라고 다시 쫓아내기를 몇 번 반복했다. 얼마 안 가 나는 결국 그 친구와 흰솜깍지벌레들을 그들이 처음 있던 청담동으로 되돌려 보냈다. 밥은 나의 집에 구겨 넣어졌다가 쿠션, 화병, 접시 따위로 ‘교환’되었다. 당당한 ‘환불’ 요구가 거절당한 후였다. 그가 온 곳은 청담동의 콜렉트 샵이 맞는 것일까. 그보다 더 전에, 그전보다 더 전에, 그는 어디에 있었을까. 어떤 모습이었을까. 나는 그와 내 집에서 나눈 대화를 기억한다. 그리고 은밀하게 간직할 것이다. 다른 일로 밤을 꼴딱 새웠더니 전시가 하루 남은 아침이다. 버드나무가 뽑힌 자리 위로 울려 퍼지는 조경공사의 소음을 맞이하며 나는, 남아 있는 모든 힘을 다해 지난 내 친구에게 <THEY LIVE>라는 고해를 보낸다. ‘나를 위해 무엇을 줄 것인가’ 하는 값어치밖에 매길 줄 모르는 나는, 감히 값을 매길 수 없는 귀중한 그 친구를 통해 유희를, 휴식을, 치유를 얻었다. 그리고 새로운 마음을 얻었다. 새로운 나를 얻었다. 움직임을 멈춰야 비로소 다른 것을 바라보게 되는 모순을 품고,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진리를 알려주지 않는 천지만물 앞에서 초라하게 애정을 갈구하는 나는 그냥 그것들을 다 ‘자연’이라고 하기로 했다. 충분히 ‘힙’한 자연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만하면 꽤 그럴듯한 나만의 ‘어번 네이처’, ‘어번 라이프’가 아닌가. 버섯은 관상용 자연이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징그러운 생물들일지도 모르는 버섯빌리지를 만들며 내게 이런 고해를 가능케 해준 베리띵즈에게 깊은 감사를 보낸다. ‘겸양과 순수함’이라는 사랑스러운 덫에 걸려 자신들을 마음껏 세상에 뽐낼 줄 모르는 그들을 내 손으로 치켜세우고 싶다. 그들이 이 도시에서 하게 될 위대한 일들의 한 조각을 스튜디오 콘크리트가 여러분에게 소개할 수 있게 되어 무척 영광이다. 또한 경고한다. 그 어떤 미학과 철학으로 무장한 최신의 예술도 자연이라는 완전한 예술 앞에서 감히 거들먹거리지 않기를. 결코 완전치 못한 우리. 저마다 다른 이해들, 저마다 다른 욕망들, 그럼에도 자연 안에서 그저 자연으로 살아가야 할 우리. 모든 모순과 관계로 직조된 ‘우리’라는 ‘자연’을 기어코 다시 ‘완전한 모순’으로 드러내는 전시 <THEY LIVE>를 통해 나는 나에게, 그리고 모든 도시인에게 묻고 싶다. “우리가 ‘자연’을, ‘우리가 그 안에 있음’을 단 한 번이라도 깊숙이 들여다본 적이 있던가.” 그들은 산다. 우리는 산다

 

STUDIO CONCRETE

Director 엄홍식